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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꼭 최악이라곤 할 수 는 없지.

 당신의 갑작스러운 손길에 당혹스러운지 부끄러운지 듯 제 몸이 달아오를 뿐이다.
투명하리 만큼 하얀 피부는 그 당혹감과 부끄럼을 붉은 혈색이 맴돌게 하여 붉게 물들여 적나라하게 당신의 눈에 비춰보여진다.
하지만 싫지는 않은지 그러한 당신의 손길을 내치지 않으며 온순히 받아들인다.
그러며 당신의 안색을 가볍게 살피며 눈치 아닌 눈치를 조금 볼뿐이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삼백안을 도륵 굴리며 생각한다.
당신이 원하는 대답은 아닌 건 알았지만 이 사안에 대해선 거짓으로 라도 원하는 답을 해줄 수 없다고.
그에 대해선 조금 미안해지는 기분마저도 들 정도다.
 
 

" 반박해서 죄송하다만..., 솔직히, 그런 곳은 다른 분들도 드셔야 하니 딱 제 값정도에서 조금만 더 나가게 먹는 편이라 별로 일지도요..., 하하..., 음, 기껏 그리 말씀 주시는데 비관적으로 굴어서 죄송하네요..., "

 
 
그런 말대답을 하며 멋쩍은 듯 씁쓸히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당신에게 미안하단 맘을 온전히 전하려는 듯.


 
말을 고민하는 당신을 보며 아차, 내가 말을 또 잘 못 꺼내어 이 관계를 망치나 하는 그런 불안감이 약간은 엄습해 온다.
당신이 그럴만한 인물이 아님을 알아도 자신의 표현 방식은 항상 엇나가 상대방을 괴롭히는 수단이 될 때가 잦으니 당신 또한 내가 그리 상처를 주는 것일까 하는 막연한 걱정이 떨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당신이 이어 말해주는 말은 마음 한편으론 바라왔지만 들으면 안 된다 생각하여 갈구하지 못한 말이었다.
어떤 대답을 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자신 때문에 둘 사이엔 묘한 기류를 만드는 정적만이 맴돌 뿐이다.
이리 신중히 말을 고르는 와중에도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단 그런 쓸데없는 것 같은 생각까지 멋대로 해버리고 만다.
 
 

" 이걸, 무슨 말씀을 주셔야 할지 모르겠네요...,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거부할까 싶었는데 그건 너무 무례한 거 같고 조금은 솔직해져도 괜찮지 않나 막상 생각돼서 말입니다..., 그게, 진짜 저한테는 너무너무 벅찬 말이라 무어라 말씀드릴지 고민해 봤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일까. 그리 원하던 말이어서 그랬을까... 머리가 잘 안 돌아가 썩 좋은 대답은 못 뱉겠습니다... "

 
 
이내, 무언가 결심을 한 듯 가벼운 심호흡을 하곤 애꿎은 한쪽 발만 동동 굴리다가 다시 운을 뗀다.
 
 

" ... 앞에서 말했듯 너무 바라온 말이다만 원하면 안 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막상 잘 안 되는군요..., 막상 들으니 더 욕심도 나고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걸까나요..., 뭔가, 그 꼴사나운 말만 드리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


 
" 제가 자유로워 보였을까요? 자유롭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어요. 방랑자에 더 가까운 쪽이긴 하지만. "

 
" 음..., 그리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을까나요..., "
" 타인의 의견으로써 내려진 엔코양이 아닌 엔코양 본인이 생각하는 엔코양에 대해 알고 싶어서요..., "
" 주제넘는 말일까나요...? "
 
 
진심으로 뱉은 말이지만.
막상 뱉고 나니 후회되는 중이다.
 
너무 주제넘은 발언인가?
너무 티 나게 굴었나?
혹시나 아픈 부위를 내가 짓밟아버린 건 아닌지?
 
이미 뱉어버린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그저 당신이 어떠한 대답을 들려줄지 반응을 보여줄지 기다리잔 결론을 혼자 조용히 내린다.
 


 

"  ...경험담인가요? 지금은 잘 상상이 안 돼서요. 워낙 도움을 잘 안 받으시니… "

 
" 뭐 그렇다고 봐도 될까나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
" 오래되면서 오래되지 않은 기억이라..., 잘 기억이 안 나네요... "
" 하핫..., 너무 재미없는 말이려나요..., "
 
 
당신이 바라온 대답이 뭔지는 알지만 자신은 애매한 대답만을 던져 버릴 뿐이다.
진짜로 확신이 서지 않으니
 
옛날의 그녀가 준 그것들이 도움인지 본인의 사리사욕이었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으니깐.
솔직히, 지금 당신의 앞에서 과거의 여자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죄스러워지는 기분이라 헛웃음만이 비집어 나올 뿐이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물음에 고개를 내저으며 미소 따위가 아닌 미소를 짓는 당신이 보이는 듯하는 착각을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당신이 만족한단듯한 느낌이 드니 자신이 보는 게 착각이 아니길 내심 속으로 기대를 작게나마 품는다.


 
자신을 맹렬히 바라본다 생각이 들 정도로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저 자신도 똑같이 당신을 탐하듯 바라본다.
조금은 욕심스럽게 바라보아도 혼나지 않을 것 같다거나 괜찮지 않을까란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상당히 강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당신의 말일텐데도 하나도 그리 느껴지지가 않는다.
속으론 이상하다 생각하며 내심 다 불어버려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지만 역시, 자신의 이물은 당신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더럽고 무거운 것이라 판단해 또다시 한번 말을 골라본다.
 
 
" ...틀린 말은 아니네요. 하지만, 청소부는 다른 사람이 필요 없는 것은 다 들고 가잖아요..., 더러운 것이든 깨끗한 것이든..., 일단 내놓은 것은 무엇이든지요. 그게, 참 관습이 된 건지 원래 못 버리던 건지..., 계속 들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
 
 
누군가 자신의 일부일지라도 이 일부라도 원해준 게 언제였었는지 그리운 감각이 샘솟는다.
그래서인가 말을 골라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괘씸히도 주제넘게 입이 먼저 달싹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 무엇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지..., 일단 거짓말한 부분부터 정정할까나요..., "
" 단순 돈벌이 수단이라 했지만 사실, 제가 너무나 더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저 같은 인간이 너무나 못난 거 같아서..., 그래서 다른 것들이라도 치우면 내가 조금이나마 깨끗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요..., 근데 대체적으론 속죄랄까 그런 부분이 크긴 합니다..., "
" 늘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전 썩 그리 좋은 사람은 못 된다고..., "
 
 
뱉은 말에 후회하면서도 당신이라면 내심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쓸데없이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당신의 말.
당신의 행동.
당신의 시선.
 
그, 하나하나 주워 담아 자신이 들고 가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곤 당신을 기다리게 하지 않기 위해 당신이 자신에게 준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
아니, 속 깊은 곳에서 끌어 던져 뱉는다 게 맞는 표현 일려나?
 

 
" 전혀 버리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아직 그 시간선에 갇혀있는 듯해서 차마 버릴 수가 없습니다..., 너무 눈물날정도로 바보같이 버릴 생각조차 못 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서 말입니다..., "
" 역시, 저 같은 건 너무 별로죠... "
 
 
부디, 이 별 볼 일 없는 같잖은 대답들이 당신에게 충족되고 만족되길 바라는 설렘에 쓸데없이 제 별 볼 일 없는 낯짝만이 또다시 붉어지며 식은땀이 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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